[책마을] 집 잃은 조선의 야생 동물 "이게 다 목화 때문"

입력 2017-02-16 17:23   수정 2017-02-21 15:40

조선의 생태환경사

김동진 지음 / 푸른역사 / 364쪽 / 2만원



[ 김희경 기자 ] 조선시대에 와서 배는 고려시대보다 훨씬 커졌다. 더 많은 짐을 싣고서도 민첩하게 항해했다. 비결은 돛에 있었다. 돛은 넓고 튼튼한 면포로 만들어졌다. 고려 말 문익점이 들여온 목화 덕분이었다. 일본과 여진은 중요한 국가적 자원이 된 조선의 면포를 구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면포가 조선에 무역을 통한 부를 안겨주고, 왜구와 여진을 제어하는 외교력의 원천까지 된 것이다. 면포 수요의 증가는 한반도 생태환경까지 바꿨다. 목화를 재배할 만한 곳은 급속히 밭으로 바뀌었고 농민들은 밭을 일궜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해를 보는 이들도 있었다. 밭으로 개간된 산림에서 살던 야생동물들은 서식처를 잃게 됐다.

《조선의 생태환경사》는 15~19세기 조선시대 한반도의 생태환경 변화와 원인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한다. 우리 조상들은 필요한 자원 대부분을 주변 자연환경에서 얻어야 했다. 그들의 여러 활동은 한반도 생태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반대로 변화된 생태환경으로부터 조상들의 삶이 영향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같은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김동진 교수다. 그는 “15~19세기에 한반도의 생태환경과 한국인의 삶이 크게 바뀌었다”며 “하지만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한국사 연구를 할 때 생태환경사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 건국은 야생 동식물의 영역을 인간의 공간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습지와 완만한 산록은 오랫동안 야생 동물들이 번영을 누리던 영역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건국과 함께 백성들이 새로운 삶의 토대를 마련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산림천택의 이익을 백성과 함께 누린다’는 국가 이념에 따라 야생의 공간이 논밭으로 변한 것이다.

호랑이가 많이 살던 금단의 영역이었던 시냇가의 무너미(범람원) 땅도 널리 개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보를 비롯한 인공제방이 만들어지면서 냇가는 물고기 사냥터이자 마음을 닦는 새로운 수양처가 됐다.

미생물로 인한 생태환경 변화도 조상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생물은 때론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었고, 때론 심각한 질병을 퍼트려 역사적 위기를 초래했다. 미생물 덩어리인 누룩으로 빚은 술, 누룩과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와 엿, 젖산 발효로 숙성되는 김치 등은 조상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하지만 홍역과 천연두 등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과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저자는 조선 생태환경사가 미래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강조한다. “과거 사람들의 역사적 활동과 생태환경의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중들의 질문에 역사학적으로 답할 수 있다. 미래는 현재를 거쳐 과거에서 시작됐으므로 미래 문제의 답은 과거에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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